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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직'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이 단어는 새로운 직업과 직무를 발굴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 노동시장에 기대지 않고 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와 기술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죠.

창직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고보면 주변의 흔한 직업도 다 창직에서 생겨난 것들입니다. 쇼핑몰 모델, 프로게이머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직업들이 새로 태어나 번듯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창직시대의 타이틀에 걸맞게 스스로 직업을 만든 4인의 스토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개인을 브랜드화하다 '지식소통가'

현재 브랜드 매니지먼트 MU를 이끌고 있는 조연심 대표는 ‘지식소통가’라는 다소 생소한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이란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재능과 직업에 따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마련인데 이런 지식을 세상에 드러내 활발하게 소통하자는 취지입니다.

오랫동안 시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어쩌면 ‘개인의 직업 내지는 취미 생활’에 그칠 수 있지만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색깔이 묻어난 콘텐츠를 올린다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블로그를 보고 그에게 시계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조 대표는 ‘보다 효과적인 PR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블로그와 SNS를 운영해 무조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콘셉트를 잡아 어떤 콘텐츠로 이목을 끌 것인지 컨설팅해주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관리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그녀의 고객은 변호사, MC, 의사, 운동 강사 등 다양합니다. 개인을 ‘브랜드화’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의 심리를 읽다 '애완동물 행동상담원'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를 맞이한 요즘, 나날이 성장하는 애견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듯 신종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애견 유치원 교사에서부터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까지 그 종류는 점점 다양해질 전망입니다.

애완동물 행동상담원으로 활동하는 정호원 씨 역시 반려동물과의 인연으로 ‘새 길’을 걷게 됐습니다. 애완동물 행동상담원이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고 교정하는 전문가를 뜻합니다.

예로, 자기 배변을 먹는 행동을 하는 강아지는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혼나 배변을 해서 중니이 화난 것으로 인식해 먹어 치워 흔적을 없애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고 적절한 교정 훈련을 실시하는 직업입니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직업으로 전직하는 분들은 대부분 관련 전공이나 경럭 등과 무관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는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 남을 돕는 이타적인 마음이 있다면 '애완동물 행동상담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 가구와 공간을 재해석하다 '홈 스테이징 전문가'

집에 있는 가구를 재배치해 공간의 가치를 발굴하는 조석균 씨는 현재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홈 스테이징 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홈 스테이징이란 집을 의미하는 홈과 연출을 의미하는 스테이징의 합성어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부동산 중개인들이 매물로 나온 집을 깔끔하게 재정비하고 가구와 소품으로 실내를 꾸며 소비자들이 집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죠.

그가 말하는 홈 스테이징의 핵심은 독립성과 융통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독립성이란 한국화에 나타나는 여백의 미처럼 집 안을 채운 가구들을 분리해서 공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작업입니다. 융통성이란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공간을 변형하는 것이죠.

가구는 고정되지 않고 언제나 이동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그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없던 벽을 만들거나 문의 위치를 바꾸기도 합니다. 집마다 개성이 제각각이고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유연하게 생각하는 게 '홈 스테이징'의 필수 요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 열정으로 전문성까지 겸비하다 '아나컬처리스트'

공연 예술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최지현 씨는 국내 1호 아나컬처리스트입니다. 현재 청주방송 소속 아나운서로 8개월가량 청주시립예술단이 주최한 브런치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콘서트는 국악, 교향악단 공연, 무용, 합창으로 구성되는데 관객들이 공연의 배경지식을 알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스토리텔링을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 연주가 있겠습니다’라고 하면 밋밋하죠. 그런데 ‘비발디의 사계를 현대적으로 리드미컬하게 편곡한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 연주가 있겠습니다. 들으시면서 자유롭게 리듬을 타고 박수를 치셔도 좋습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이면 다음 곡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아나컬처리스트로서의 그는 얕고 넓게 아는 사람이 많은 데 반해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이 적으니 희소가치는 더 높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앞으로 문화 예술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그와 관련된 행사도 많아지는 추세이니 전망이 밝다고 자신했습니다.

◆ 창직에 관해 모든 걸 답한다! 창직 Q&A

Q1 창직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있나요?

A1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유와 필요에 의해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먼저 국가와 공공 기관에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신직업을 개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2011년부터 초등학교에 배치한 학교보안관이 전형적인 예죠.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파티 플래너, 유품 정리사, 애완동물 장례지도사처럼 사람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경찰 업무와 IT 환경이 만난 ‘사이버 경찰관’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과 교육, 심리 등이 더해진 ‘공부환경 조성 전문가’ 등이 그 예입니다.

Q2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새롭고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누군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창직을 준비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죠?

A2 먼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을 기르세요. 창직 아이템을 정하려면 사회적으로 점점 수요가 커지는 분야를 포착해야 합니다. 법률 개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은 무엇인지, 외국엔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엔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해 한발 먼저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본격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면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세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미처 챙기지 못했던 미비점들이 눈에 띌 겁니다. 이때 직접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가져간다면 더욱 좋겠죠.

Q3 창직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은 뭐죠?

A3 첫 번째는 참신성입니다. 기존 직업과 차별화되어야 하죠. 발상을 전환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부분, 즉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두 번째는 시장성입니다. 직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잠재적 시장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면 ‘취미 생활’과 다를 바 없겠죠.

세 번째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훌륭해도 창직 가능 직업은 시장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의료 분야처럼 관련 면허 없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운 직업도 존재하게 마련이니까요.

Q4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죠?

A4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인 창직을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국창직협회에서 실시하는 창직 역량 교육을 받거나,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홍보, 마케팅, 법률 서비스, 멘토링, 저리 대출 등 다양한 도움을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Q5 창직을 인정해주는 기관이 있나요?

A5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직업 사전 등재나 신직업 등록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직업을 인정받으려면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평균 5~6년으로 추산). 창직자의 권리 보호나 창직의 활성화 측면에서 공식 인증 과정의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니만큼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가미해 '즐기면서 돈 버는' 꿈 같은 일이 가능한 요즘, 나에게 맞는 새 직업을 직접 발굴해 보는 건 어떤가요?

제공/헤이데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