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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벌교읍의 낙후된 마을이 벽화거리, 공방 등이 들어서며 ‘월곡영화골’로 거듭났다. 마을 입구에는 폐가를 개조한 카페 ‘커피공방’이 자리잡고 있으며, 벌교 청년들이 일한다.

청년들이 떠난 농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이 있다.

(사)드림온사회복지회가 쇠락한 농촌 마을에 벽화를 그려 번듯한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보성군 벌교읍의 ‘월곡영화골’이다.

드림온사회복지회의 월곡영화골은 단순히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을 넘어 경쟁력 있는 관광 콘텐츠로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월곡영화골 벽화거리 조성을 위해 매년 벽화 경연대회를 진행하면서 전국 청년들의 창작 공간으로 변모했고, 마을 곳곳에 방치된 폐가는 어느새 청년공방과 카페, 게스트 하우스로 변신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인 보성 청년들에게 이곳 벌교 월곡영화골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 낙후된 마을을 관광명소로

지난 8일 찾은 월곡영화골은 가을비가 쏟아지는 흐린 날임에도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벽화가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웃집토토로’, ‘원피스’, ‘미녀와 야수’ 등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재치있는 표정이 보는 이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곳이 벌교읍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였다는 것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월곡영화골은 지난 2014년부터 드림온 회원들이 영화,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한 벽화 거리를 조성해, 현재는 매년 관광객 6만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영화감독, 미술감독, 예술가 등 전문성을 가진 드림온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해 골목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쇠락한 마을을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월곡마을의 한 주민은 “이곳은 과거 저소득층이 국가 등 기관으로부터 땅을 임대해 집을 짓고 살았을 정도로 낙후됐었다”면서 “벽화거리가 만들어진 뒤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 경연대회 통해 벽화 ‘업데이트’

월곡영화골을 대표하는 핵심 콘텐츠는 벽화다. 골목 곳곳 그려진 벽화를 이어붙이면 4㎞에 달한다. 벽화로 유명한 서울 이화마을이나 부산 감천마을보다 더 큰 규모로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그러나 한 두 번 둘러보고 나면 새로울 것이 없는 벽화 거리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전국 각지에 만들어진 수많은 벽화 거리와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벽화거리 업데이트다. 월곡영화골 벽화는 매년 전국 규모 벽화경연대회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고 있다.

전국에서 이름난 문화 관광지 견학과 경연대회 등 많은 노력이 더해져 타 지역과 차별화된 월곡영화골 벽화거리가 만들어졌다.

드림온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전국 유명 벽화 거리 견학과 분석 결과 가장 대중적이며 속도감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주제로 한 벽화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월곡영화골 벽화 거리의 장점은 치열한 경합을 거쳐 선발된 작품들로 벽화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매년 개최하는 벽화 경연대회 입상작들이 벽을 채운다.

드림온은 지난해부터 ‘월곡영화골 전국 대학생 벽화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5월19일부터 개최된 올해 대학생 벽화대회는 전국 미술 전공 대학생과 미술 관련 동아리 등을 대상으로 1차 예심, 2차 본선을 통해 입상작을 선정했다. 1차 예심을 통과한 40팀을 대상으로 한 2차 본선은 2박 3일 일정으로 벌교읍 월곡영화골마을 일원에서 진행됐다.

참여 학생들의 숙식과 벽화 작업에 드는 경비는 드림온사회복지회 회원들의 후원금과 보성군의 지원으로 충당했다.

수여되는 상금도 적지 않다. 1등 700만원, 2등 300만원, 3등 10팀에겐 각 100만원 등 총 2000만원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올해 1등은 서울여대 팀이 차지했다.

드림온사회복지회 장건 사무총장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예술작품에 벌교나 보성의 지역 정체성을 접목한 창의적인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준다”며 “올해 대회는 40팀을 선발하는 예선에 80팀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숙식 제공 등 기본 운영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입상하면 장학금도 상당해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쟁이 치열한 덕분에 작품의 퀄리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벽화는 길어야 2~3년 밖에 유지되지 못하지만, 경연대회를 통해 매년 ‘업데이트’를 시켜 월곡영화골을 다시 찾는 관광객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어 일석삼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체류형 시설.특산품 매장 인기

월곡영화골은 전국에 입소문이 난 벽화 거리와 함께 농촌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체류형 시설도 마련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드림온은 마을 곳곳에 남겨진 폐가를 개조해 카페,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을 만들었다.

이들 매장은 벌교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마을기업 ‘(주)월곡영화골’이 운영한다.

향후 드림온은 월곡영화골에서 벌교 꼬막을 형상화한 일명 ‘벌교꼬막빵’도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월곡영화골 내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이어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