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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구지편’을 보면 군대 통솔에 관해 다음과 같은 요점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용병을 잘하는 자는 군대를 부리는 것이 마치 ‘솔연(率然)’과도 같다. 솔연이란 상산(常山)에 사는 뱀이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드는 뱀이다.

군대를 솔연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는가? 그렇다. 원래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원수지간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사나운 풍랑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왼손 오른손처럼 서로 도와야 한다. 사정이 부득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말을 매어두고 수레바퀴를 파묻어 다시 쓰지 않을 각오로 결사적으로 싸울 약속을 하더라도, 그것이 그저 말뿐인 경우에는 믿을 것이 못된다.

군대 전체를 한 사람같이 용감하게 만드는 것은 군을 다스리는 방법에 달려 있고, 강한 자나 약한 자 모두를 죽을힘을 다해 싸우도록 만드는 것은 지리(地利)를 활용하는데 있다.

따라서 용병을 잘하는 자가 전 군대를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이끌 듯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주공제‘ 의 본뜻은 함께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의미는 공동의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서로가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난관을 물리치는 것을 가리킨다.

손자는 그것을 이용해 군대가 작전할 때란 함께 배를 타고 가다 큰 바람을 만났을 때 서로 구조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솔연’은 전설 속에 나오는 뱀의 일종이다. ‘신이경(神異經)’ ‘서황전(西荒傳)’에 보면 “서방 산 속에 뱀이 있는데 머리와 꼬리가 매우 크고 길며 다섯 가지 색을 띠고 있다. 머리를 건드리면 꼬리가 따라오고, 꼬리를 건드리면 머리가 따라오며, 허리 부분을 건드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따라오는 데 솔연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진서(晉書)’ ‘손작전(孫綽傳)’에는 “몸이나 손으로 통증과 가려움증 따위를 해결하는 것을 ‘솔연’의 꼬리와 머리가 서로 응한다는 말로 표현한다”는 기록이 있다.

상산은 항산(恒山)으로 주봉은 지금의 하북성 곡양(曲陽) 서북쪽에 있는 오악(五岳) 중의 북악(北岳)에 해당한다. 서한(西漢)시대 문제(文帝)의 이름이 유항(劉恒)이었으므로 ‘항’자를 피해 ‘상산’으로 고쳤다가 북주(北周)시대 무제 때 다시 항산으로 불렀다. ‘신이경’ ‘서황전’의 주석에는 “회계(會稽) 상산에 이 뱀이 가장 많다”고 되어있다.

손자는 군대의 전투가 이 ‘솔연’이라는 뱀 모양으로 앞을 공격하면 뒤가 몰려오고, 뒤를 공격하면 앞이 몰려오고, 가운데를 치면 앞뒤가 다 몰려오는 것이 어떠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바로 ‘동주공제’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공동으로 대적하여 필승을 구하기를 전군을 마치 한 사람 부리듯 하라는 것이다.

‘황석공삼략’ ‘상략’에도 이런 대목이 있다.

좋은 장수는 병사를 자기 몸과 같이 다룬다. 그러므로 삼군을 한마음 같이 해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맹자’ ‘공손추’에서는 “지리적 이점이 아무리 좋아도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고. 명나라 때의 장거정(張居正)은 “화합하면 1당 100을 할 수 있지만, 화합하지 못하면 숫자가 많다 해도 써먹을 수 없다”고 했다.

고대 용병에서는 장수와 병사의 일치단결과 삼군을 한 사람 부리듯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부대의 일치단결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동고동락’이 요구된다. 고대의 장수들이 군을 다스리고 부하를 통제하는 이와 같은 기술을 강조한 것은 시대적인 한계가 있어 오늘날 군대에는 그대로 적용시키기 어렵다.

‘동주공제’를 손자의 원래 뜻에서 말하자면 장수와 사병을 자각시켜 일치단결하게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라, 군대를 부득이한 상황에 처하게 해서 서로 돕고 분전하는 상태로 몰아넣는 것을 말한다.

서로 원수지간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고 가다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때는 서로 오른손 왼손처럼 돕게 된다. 공동의 적을 눈앞에 둔 전쟁터에서는 조직적이고 구속력 있는 군대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런 ‘부득이한’ 상황에서 마치 ‘한 사람의 손을 잡아끌 듯’ 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그 시대 장수들의 용병의 실제를 반영한다 하겠다.

당시의 전쟁에서 장수는 병사를 전쟁터로 달려가게 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한 다음 사다리를 걷어 버리듯’ 하여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전진은 있되 후퇴는 없게, 마치 양떼를 몰 듯 이리 저리 몰고 다녔다. 이는 또 손자·손빈·오기 등과 같은 유명한 병법가들이 하나같이 병사들의 죽음을 아끼지 말고 군대의 작전을 구사할 것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병사들은 엄한 군법을 두려워하고 그것이 가족들에게까지 미칠까봐 어쩔 수 없이 용감하게 싸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옛날 전쟁에서는 패배하여 포로가 되면 살해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에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따라서 싸우지 않으면 죽고 물러서도 죽는다. 오로지 싸워야만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손자가 강조한 ‘동주공제’는 완전히 수동적인 성격을 띤다 하겠다.

/이정랑 <중국고전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