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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를 저지른 이들이 진실을 감추고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그릇된 역사는 반복됩니다. 모든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퐁니·퐁넛 마을과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의 학살로 가족을 잃은 응우옌티탄(59·여)과 응우옌티탄(61·여·동명이인)은 3일 광주를 찾아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날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열린 고경태 기록전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 전시회 개막식에서 1980년 5·18 항쟁에 앞장섰던 김양래 5·18재단 이사, 정향자 노동실업광주센터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4·3평화상 특별상 공동 수상자이기도 한 이들은 간담회에서 50년 전 '그 날의 아픔'을 증언했다.

퐁니·퐁넛 마을이 고향인 응우옌티탄은 "집 땅굴 위에서 수류탄을 들고 노려보던 한국 남자를 잊을 수 없다. 엄마·이모·언니·동생·사촌동생 모두 한국군의 잔인한 진압으로 저 세상 사람이 됐다. 저도 배에 총을 맞았지만, 1년간 투병 생활 끝에 생존했다. 평생 잊을 수 없다. 내 왼쪽 옆구리엔 그 날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의 수류탄에 중상을 입은 응우옌티탄도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제 어머니와 동생은 시신이 없다. 제주의 행방불명자 무덤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 가는 곳마다 국가폭력의 아픔이 있다. 한국에서 희생됐던 수많은 영혼들의 안식을 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 4·3사건과 5·18 당시 국가폭력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5·18 때 투사회보와 주먹밥을 나누며 희생자를 보듬었던 정향자 대표와 포옹하며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학살의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고 시인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 요원하다. 과거사만 제대로 해결하면 베트남과 광주는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평화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진상 조사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양래 5·18 재단 이사는 "5·18 때 무력 진압의 중심에 섰던 11공수여단 소령급 장령에게 '월남에서 돌아온 사람들로 부대를 꾸렸다'고 들었다. 베트남에서 시작된 폭력이 광주까지 이어진 기나긴 뿌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만 그릇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기록전 기획자 서해성씨도 "베트남에서 일어난 학살을 기억하는 행위는 동아시아 집단 학살 좌표와 계보를 끊어내기 위한 숭고한 인간애·인류애에 입각한 도전"이라며 "학살은 잊는 만큼 증폭된다. 기억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망각과 맞설 수 있다"고 밝혔다.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로 민간인 74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당한 해당 사건은 32년 만인 2000년 6월1일 미군 조사보고서가 기밀 해제돼 세상에 알려졌다.

2017년 공개된 미 국방정보국 비밀문서는 베트남에서 광주로 이어진 학살·폭력의 고리를 증명하고 있다.

이 문서엔 '광주에서 가혹한 대응은 전두환·노태우·정호용 신군부 지휘부가 베트남에서 실전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광주시민은 베트콩이었다.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학살(1968년 베트남 미라이에서 민간인 504명이 미군에 의해 학살된 사건)이다'고 적혀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의 학살 50주기를 기억하고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기 위해 마련됐다.

/뉴시스 sdhdrea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