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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과 함께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빚어진 민족사의 비극적 사건의 하나인 여순사건에 대한 실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자료집이 출간됐다.

더욱이 국내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 해외 인사에 의해 가감없이 기록된 사진물들이어서 주목된다. 여순사건 촬영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 라이프(Life)지 기자였던 칼 마이던스가 그 주인공. 그동안 일부 사진들만 공개됐으나 이번에 나온 사진도록을 겸한 자료집 ‘1948, 칼 마이던스가 본 여순사건’(지영사 刊) 출간을 계기로 전량 입수돼 미공개 사진들이 대거 공개된 것이다.

공개된 사진은 중복된 것을 제외하고 310여 장에 이른다. 국내 신문에 게재된 사진 모두를 포함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여순사건 관련, 사진 수량과 비교할 때 4배 이상에 달한다.

칼 마이던스의 사진은 다른 사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여순사건의 실상을 낱낱이 알려주기 때문에 사료적 가치가 깊다는 평가다. 진압군의 작전에서부터 민간인 협력자 적발, 여수 중심가 화재까지 이전에는 알기 어려웠던 사실들이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칼 마이던스의 사진은 신문 기사와 공문서가 제공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세세한 정보를 제공, 여순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진은 모두 역사 속 장면들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연한 표정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표지에서부터 충격적 장면은 시작됐다. 많은 양민들이 학살된 사진에서는 광기의 시대 마비된 이성과 혼돈된 정국, 생명 경시의 풍조 등의 단상들이 노정된다. 암흑천지의 시대상과 대면할 수 밖에 없다. 사진마다 당혹감과 무기력, 동요하고 위압적 상황들이 진상규명이나 특별법 제정 등이 미비하고 계류된 현상황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더한다.

내용은 김득중 한국사학회 회장의 칼 마이던스와 여순사건의 발제글을 시작으로, 진압군 작전과 민간인 피해 등 2장의 본문으로 구성됐다. 진압군 작전에는 진압군 이동과 전투 및 미군과 제14연대가, 민간인 피해에서는 시민들의 피난 및 협력자 색출과 학살, 여수 대화재 등으로 구성됐다.

편역을 맡은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김병호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 도록에 실려있는 생생한 사진 기록들은 여순사건의 진실 그 자체로 총 329매 중 98매를 진압군 이동과 전투, 미군과 제14연대, 민간인 피해, 시민들의 피난, 협력자 색출과 학살, 여수 대화재 등의 주제로 엄선해 칼 마이던스가 그의 렌즈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순사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칼 마이던스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처에서 출생, 1936년 라이프지에 입사해 소설가이자 사진작가였던 부인 셸리 마이던스와 함께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필리핀에 머물다 전쟁포로가 됐다. 1년간 포로생활을 마치고 유럽의 전장에서 활동하다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맥아더가 필리핀에 상륙하는 사진과 1945년 9월 미주리호 함상에서 일본군의 항복 조인식, 독일군에 협력한 프랑스 여성의 삭발 모습, 김구의 암살(경교장) 등 역사책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들이 그의 손을 거친 것들이 많다. 일본 도쿄 지국장으로 근무하던 칼 마이던스는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입국해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수록작들은 특파원으로 활동할 때의 사진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연 바 있다.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