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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이다. 하지만 생활의 중심이 아이로 옮겨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는 혼란을 야기하고, 그 혼란이 우울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산후우울증, 그 증상과 개요에 대하여 알아 본다.

글 김성진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엄마에게 나타나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익숙한 질환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감기보다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폐렴’이 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주요 우울증 유병률은 2016년 자료를 기준으로 약 5%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6.9%로, 남성의 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여성들이 겪는 우울증과 관련된 요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임신과 출산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약 40주의 시간 동안 아이를 뱃속에서 안전하게 키우고,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잘 자라게 돕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여성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줄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은 당연히 기쁘고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만, 아이와 관련된 행복만큼 필연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기며, 그것에 대한 서운함이나 불안감도 발생할 수 있다.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마치 이러한 감정들이 금기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위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억압하고 숨기려 할 때 마음의 문제가 찾아오기 쉽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과 함께 생리적인 변화도 함께 찾아온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의 시기를 거치면서 마음과 관련된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며, 이는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이는 결코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극복하거나 이겨내 보자는 말은 도움이 거의 되지 않는다.

출산과 함께 찾아오는 통증이나 신체적 기능의 저하도 주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때로는 다른 이유보다도 이러한 몸의 문제들이 더 현실적이고 다급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환자를 힘들게 한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산후우울증

출산 후 여성의 약 70%는 위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우울감’을 느낀다. 보통 출산 후 3~5일에 발생하게 되며, 우울감 외에도 가벼운 기분변동, 불안, 짜증 등이 함께 동반될 수 있다. 대부분은 2주 안에 자연스럽게 좋아지기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이러한 기간이 2주를 넘게 되면 ‘산후우울증’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산후우울증은 우울감, 불면, 체중 변화, 과도한 불안 등의 특성을 가지며 출산 후 여성의 약 10%에서 발병한다. 증상들은 수개월까지도 지속할 수 있으며 주요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산후우울증은 우울증의 과거력이나 가족력, 계획되지 않은 임신, 육아에 어려움이 있는 환경, 임신 중의 스트레스, 산모의 성향 등이 위험요인이 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육아와 관련된 환경이다. 남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 아이를 함께 돌봐줄 다른 부양육자의 존재, 본인의 직업 등 수많은 환경들이 위험요인에 관여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의 경우에도 약물 및 상담치료와 함께 환경적 개입을 고려한다. 혼자서 육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약물은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수개월 동안 유지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산후정신병

일부에서는 출산 후 좀 더 심각한 형태의 ‘산후정신병’이 발병할 수 있다. 우울 증상 외에도 망상이나 환각이 동반되며 자신이나 아이를 해칠 위험성도 일부 존재한다. 최근의 관점은 산후정신병을 독자적인 질환으로 보지 않고,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의 변형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1,000명 중 1~2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약 50%는 첫 아이를 출산했거나 주산기 합병증, 기분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대상자의 2/3에서 출산 후 1년 내에 부가적인 기분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보통 출산 2~3주 때부터 증상이 시작되는데, 초기에는 피로, 불면, 안절부절못함, 정서적 불안정성 등이 나타난다.

점차 경과가 진행되면서 부적절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의심, 혼동, 지리멸렬하거나 엉뚱한 말, 아이와 관련된 강박적 걱정이 포함된다. 걱정은 주로 아이의 건강이나 안녕에 관련된 내용이며, 아이가 이미 죽었다거나 장애가 있다는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자신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부정하는 대상자도 있으며, 가장 심한 경우에는 본인이 죽어야 하거나 아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이와 관련된 망상 및 환각이 존재하게 된다.산후정신병은 드물게 자살이나 영아살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준하여 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영아살해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안정될 때까지 밀접한 감독이나 아이와의 격리가 필요할 수 있다.

조기에 적합한 치료가 제공된 경우에는 비교적 회복률이 높으며, 대상자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가족 및 치료진과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병전 대상자의 기능과 가족지지 체계가 좋을 경우 예후가 좋다. 출산과 육아는 분명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위 내용들이 충분히 고려되어서 ‘엄마’가 건강할 때 비로소 그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엄마가 건강하면 주변의 가족들도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및 주변의 지인 중에 새로이 ‘엄마’가 되시는 분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12월호 중 발췌

/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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