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한 이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총동원되어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주변국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종전선언이 남·북간 신뢰 구축을 위한 정치적 상징적 조치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전선언이 갖는 외교안보 군사적 함의는 그보다 훨씬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종전선언에 대한 견해는 서로 상이하다.

종전선언의 당사자인 미국은 종전선언이 북한 김정은과 대화한 트럼프 정부의 유물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외교와 억지력’과도 맞지 않는다.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종전선언을 논의한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종전선언을 언급할 때 마다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의 제안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종전선언이 미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아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해왔다.

우리정부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제재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제재완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보다 제재를 통한 억지력 강화와 대화를 통한 외교, 투 트랙으로 북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데 무게가 실려있다.

중국은 시종일관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해왔다. 중국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던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전쟁 상태를 종결하고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의 중요한 부분이고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 논의가 한·미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분단된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최대 목표이다. 한마디로 종전선언을 반대한다.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므로 종전선언에 자국입장을 개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입김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종잇장에 불과하다며 반대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다음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발상‘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북한은 대화 선결조건으로 한·미를 향해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종전선언이 남북대화에 큰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에서는 현재의 정전체제의 변경은 유엔사령부를 무력화하고 평화협정체결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 지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종전선언 이후에 대한 군사적 상황예측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5월 상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 긴급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종전선언 결과 미군 재배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완화되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주한미군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2019년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와 일치한다며 북한과 종전선언에 합의할 것을 요청했다. 당초 종전선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던 트럼프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과 김정은의 친서외교 등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제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체제 불안을 덜어줌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종전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일종의 ’준(準)평화협정‘이라고 볼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전 세계에서 최후의 냉전지역인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료시킬 정치 외교 군사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고 3월에는 대선이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의 명분을 얻기 위해 교황의 북한방문이나 청와대 특사의 방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회담이 열리면 좋겠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역사적 과제임을 확인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이후 평화협정을 거쳐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등의 재개등의 본격적인 남북교류협력이 시작된다면 한반도 통일의 토대가 만들어 질 것이다.

/박찬용 전남대 외래교수,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