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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가 얼마 전 트램(노면전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호남 최초이자, 호남선이 끝나는 목포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도심을 달리는 데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트램은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로 도로상 일부에 부설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전동차를 가리킨다.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비교해 여러 장점이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운행하므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도로와 차량 바닥까지 높이가 20~30㎝에 불과해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노상에서 승객을 태우는 데도 역사 시설과 굴착공사가 필요 없다. 공사 기간도 2~3년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 근대사에 존재했던 노면전차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금의 트램은 기술적으로 진보해 소음과 진동이 완화됐으며, 도시환경과 조화가 중시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대중교통과 다르게 독특한 감성도 존재한다. 관광, 편의시설 밀집 지역에서 보행자가 피할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천천히 운행하며 외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근대사 초기에 등장한 대중교통 수단이었기에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도 있다. 객차가 보행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이미지도 있다. 이는 사람 간의 단절이 아닌 조화와 친숙함으로 이어진다.

트램은 이색적인 도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자원으로도 기대된다. 기존의 대중교통수단 대비 저렴한 건설·운영비와 높은 수송 능력으로 최근 전 세계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디트로이트, 파리, 니스 등에서 트램을 통해 보행자의 여건을 증진하고 주변 상권, 공공생활 서비스 활성화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순기능의 트램을 전남에서 도입할 첫 번째 도시는 목포시와 무안군이다. 해방 이후 다른 항구도시보다 개발이 더뎠지만, 일제강점기부터 꽤 잘 나간 도시라서 도시구획이 정교하게 잘 되어 있다. 당시 도시계획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거리를 둘러보면 목포라는 도시를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 건축물은 준 문화재급으로 목포만의 고풍스러운 면이다.

볼거리가 많은 목포의 원도심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길(road)’은 많아졌지만 ‘거리(street)’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길은 단순히 기·종점을 빠르게 연결하고자 하는 목적지향적 통로이지만, 거리는 기·종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시민의 삶을 담는 생활장소라고 한다. 아름다운 도시는 걷고 싶은 거리가 많은 곳이라고도 한다.

전남도에서 계획 중인 트램은 볼 것 많은 목포에 ‘길’을 줄이고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여기에다 근대사 배경 노면전차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도시재생과 관광에 성공하고, 침체를 벗어나 다시 부흥하리라 확신한다. 목포의 원도심과 신도심, 도청이 있는 남악을 연결해 서남권역 균등 발전도 꾀할 것으로 기대한다.

트램은 단순히 교통사업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도시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계획, 건축, 환경 등의 분야를 포괄하는 도시 개조작업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와 도민 모두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전남도는 최적노선 및 운행방식 등 트램 도입을 위한 사전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남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과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과해 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병호 전남도 도로교통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