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도둑으로 도둑을 잡다

일찍이 오흥(吳興)에 도둑이 너무 득실거려 백성들이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요행스레 도둑 한 명을 잡은 왕경측(王敬則) 군수는 그 일가친척들을 모조리 불러놓은 자리에서 도둑의 엉덩이를 몇 십 번 두들겨 팬 후 도둑에게 길을 쓸도록 했다.

그렇게 길을 며칠 간 쓸게 한 후 그 도둑을 보고 다른 도둑을 적발하여 길 쓰는 일을 물려주면 놓아주겠노라 했다. 다른 도둑들은 그 소식을 듣고 혹시 자기가 적발될까봐 지레 겁부터 먹고 하룻밤 새에 어디론가 몽땅 사라져버렸다. 오흥은 그때부터 평온을 되찾았다.

▶묘책과 오해

어느 날 왕자순(王子醇)장군의 장병들이 행동이 수상한 사람을 잡았다. 몸을 수색해본 결과 주머니 속에 아군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염탐꾼임이 틀림없었다.

󰡒아예 그놈을 죽여 버립시다.󰡓

한 장교가 화가 나 사형을 주장했다.

󰡒그놈의 모가지를 베어 국경선에 가져다가 높이 걸어놓읍시다.󰡓

군 장교들의 의견은 가지각색이었다. 요즘 들어와 외국군이 갑자기 국경선 일대에 집결했는데 숫자상으로 보아도 우선 아군에 비해 썩 많은 편이었고 그들의 식량비축도 대단했다.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았다.

반면에 아군은 적들보다 열세였으며 식량비축도 보잘 것 없었다.

염탐꾼의 처리에 대한 장교들의 의견충돌은 계속되었다. 이윽고 왕자순 장군이 결단을 내렸다.

󰡒그놈을 곤장 20대를 때린 후, 몸에 󰡐외국놈을 처벌하여 돌려보내다󰡑라는 글을 새겨서 풀어 주거라!󰡓 장교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장군의 명령이었으므로 못마땅했지만 염탐꾼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찬 후 쫓아 보냈다.

염탐꾼은 지친 몸으로 자기네 편으로 돌아갔다. 놀란 쪽은 외국군들이었다. 그들은 염탐꾼의 몸에 새겨진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왕자순이 대군을 끌어들여 일망타진하기 위해 염탐꾼을 미끼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적들은 왕자순이 이미 준비를 갖추었다면서 침략 계획을 포기하고 슬그머니 철수했다.

▶잃어버린 빗장

원풍시대 웅주 군수 유순경(劉舜卿)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도둑은 보물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대문 빗장을 훔쳐갔다. 하인이 그 사실을 알리자 유순경이 잠깐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빗장을 원래의 것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 잠그도록 하라󰡓

하인들이 유군수의 지시대로 빗장을 원래의 것보다 작게 만들어 대문에 걸어놓았다. 며칠 후, 낯모를 사람이 빗장을 든 사람을 앞세우고 유순경 집을 찾아왔다.󰡒이 사람이 빗장을 들고 다니기에 붙잡고 따졌더니 글쎄 군수님 빗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붙잡아 왔지요󰡓

유순경 군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집에선 빗장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을 마친 유군수는 하인을 불렀다.󰡒이 빗장이 대문에 걸려 있는 빗장과 같은가 비교해 보아라!󰡓하인이 원래의 빗장을 들고 나가 맞추어보았다. 현재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보십시오. 우리 빗장에 비해 더 크지요. 우리 것이 아닙니다󰡓

유순경은 일부러 부정하며 빗장을 그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순간(瞬間) 그 사람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완연(宛然)히 드러났다. 그 도둑은 무죄(無罪)로 석방되었다. 사실, 그 사람은 도둑을 잡아 군수의 환심을 사고 내부에 침투하려 한 외국 첩자(諜者)였다.

▶불을 끄려면 아궁이 나무를 빼라

문언박(文彦博)은 북송(北宋) 때의 재상(宰相, 1006-1097)으로 장군(將軍)과 재상을 지내면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여 이름을 떨쳤다. 저서에 ≪노공집(潞公集)≫이 있다. 그가 고을 태수로 있을 때 문언박(文彦博)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겨울밤에 연회(宴會)를 베풀고 손님을 접대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갔으나, 연회는 좀처럼 그칠 줄을 모른 채 점점 열기를 더해 갔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밖에 서 있는 문언박의 경호원들을 사정없이 덮쳐왔다. 경호원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투덜거렸다. 󰡒해도 너무 해! 추운 겨울에 밤중까지 떨게 하다니!󰡓

그들은 화가 나서 두레박을 메달아 놓은 나무를 잘라 불을 피우고 손발을 쪼였다. 장교가 집 안으로 달려 들어와 문언박에게 보고했다. 󰡒태수님, 병졸들이 우물가 나무를 잘라 불을 피우고 있습니다󰡓 급기야 손님들이 겁에 질려 문언박을 쳐다보았다. 당장 그들에게 처벌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문언박이 태연스레 입을 열었다.󰡒날씨가 정말 춥소. 불을 쬐게 내버려두시오󰡓 라고 말한 문언박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연회를 계속했다. 경호원들도 재론할 여지를 찾지 못하고 화도 한풀 사그러들었다. 그날 밤 연회는 원만하게 끝났다. 이튿날 문언박은 나무기둥을 자른 주모자를 색출해내어 한바탕 두들겨 주고 집으로 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