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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는데 내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법학개론 시험에서 붓방아 찧던 기억 새롭다. 법이 그리 으스스한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 쓰인다. 일종의 법언(法諺·법과 관련된 격언)인 셈이다.

전에 실정법(實定法)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일본의 법학자가 ‘썰’을 푼 것(자기 논리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추측함)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작 구미(歐美)와 일본의 법률과 해석 부문에서는 시들한 얘기란다. 버려도 될 말일세.

나쁜 건 고쳐야 한다. 악법(惡法) 즉 나쁜 법이 법(法)이면 되겠는가? 이 대목이 헌법의 중요한 쓸모(중 하나)다. ‘법 위의 법’이 헌법인 까닭이다. 대통령도 파면(罷免)하는 추상(秋霜 가을서릿발)의 이 권능(權能)은, 세상의 평화를 지탱하기 위한 장치다.

‘하늘 천(天) 땅 지(地)’식으로 불러보면 ‘법 헌’ ‘법 법’의 憲法이지만 法과는 다른 의미와 힘이 얹힌 것이 憲이다. 문자학(文字學)으로 해석하는 ‘헌법’에서 고대로부터 마련돼 쓰여 온 그런 뜻을 살필 수 있다.

집 면(宀), 예쁠 봉(丰), 눈 목(目), 마음 심(心) 등 좀 ‘있어 보이는’ 글자들이 모여 이뤘으니 憲의 근엄한 뜻이 거기어디서 나왔으리라 여기기도 한다. 뭐 한자가 원래 그림 출신이니 그렇게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본디를 살피면 더 적실하리라.

원래 憲자는 그림 한 장이었다. 그 옛 문자(그림)에 상형(象形) 즉 물체의 ‘모양을 그린다’는 바탕이 역력하다. 이렇게 갑골문 등 고대 문자(文字 한자)의 새벽을 산책 또는 탐사하는 것은, 암각화(巖刻畵)를 캐는(찾아보는)듯한 기쁨이기도 하다.

높은 사람의 호사스런 투구 아래에 눈이 빛난다.(그림 참조) 면(宀)과 봉(丰)으로 보인 부분이 투구 그림이다. 마음(心)은 나중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 눈(目) 아래에 추가(追加)한 것이리라. 오른쪽은 ‘설문해자’에 실린 글자체인 소전(小篆)이다.

갑골문(그림)에는 있는 마음(心)이 후대의 자형(字形)인 금문(金文)에는 빠졌다가 나중에 또 들어가는 것도 3500여 년 한자의 역사를 어림하게 한다. 세상에 드리워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 심복(心服)을 얻는다는 뜻으로 心이 들어갔다는 해석도 있다.

저 그림을, 法을 짓는 (중요한) 사람의 복식(服飾·옷과 장식)의 의미로 해석한다. 화려한 장식이 치렁치렁 눈을 덮은 면류관(冕旒冠) 그림, (모자 쓴 이의 권위가) 세상을 덮는다는 뜻으로도 읽는다. 그 권능으로 법령을 널리 공표(公表)한다는 의미로도 활용됐다.

法보다 도덕적으로 또 심정적으로 우선하는 의미여서,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이나 그 기준인 본보기와도 같은 뜻으로 활용된 것이다.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였다는 얘기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내린 저 위엄은 늘 칼칼하게 새롭다. 그래서 요즘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썩었다 싶으면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온 것이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강상헌 / 슬기나무언어원 원장·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