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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은 이제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특히 지방대학의 학생 수 감소는 교육의 질 저하와 재정 악화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지역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학 간 통합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이다. 대학 간 통합은 대학만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통합을 통해 만들어진 교육·연구·산업 생태계는 청년이 돌아오고, 지역경제가 성장하며, 주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터전을 만든다.

지역이 대학을 지키는 것이 곧 지역을 지키는 길이고, 대학 성장이 곧 지역발전이 되는 길이다.

지난 5월 말, 국립목포대학교와 전남도립대학교의 대학 통합이 교육부 최종 승인을 받았다. 내년 3월 ‘국립목포대학교’라는 통합대학이 공식 출범하고, 도립대의 국립대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번 통합은 지방대학 혁신과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국가정책의 선도 사례로 꼽힌다. 전남도립대학교가 국립목포대학교와 통합됨에 따라 국내 최초로 2·4년제 학위 과정이 통합 운영되는 고등교육 모델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대학 통합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다. 첫째, 대학통합은 경쟁력 있는 교육·창업 인프라를 만들어 준다. 많은 지방대학은 한정된 재정과 인력으로 다양한 전공과 연구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이 통합되면 교수진, 실험실, 연구센터 등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어 교육과 연구 질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농업특화 대학과 해양특화 대학이 통합하면 ‘스마트 농수산 융합학과’ 같은 새로운 전공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지역특화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둘째, 산업과의 연계 범위가 확장된다. 단일 대학은 특정 산업에만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통합대학은 산업 범위를 넓혀 산학협력 기회를 확대한다. 내륙과 해양, 제조와 관광, 전통과 첨단이 융합된 산업구조를 만들면 지역 기업의 혁신 속도도 빨라진다. 이는 곧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 기회로 이어진다.

셋째, 지역경제와 인구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통합대학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더 다양한 학문과 복지, 문화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학생뿐 아니라 연구자, 창업가, 기업이 지역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교육부 라이즈 사업과 연계하면 통합대학은 지역산업 발전의 핵심 거점이 되어 지역의 고용과 소비를 늘리고 청년 인구를 붙잡는 효과를 낸다.

통합의 시너지는 라이즈 사업 성과를 한 단계 확장시킨다. 기존에는 개별 대학이 자기 지역 특성에 맞춰 전략을 세웠다면, 이제는 전남권 전체를 하나의 교육·산업·문화 네트워크로 묶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학생은 담양과 목포, 나아가 전남 전역을 무대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고, 지역기업은 더 넓은 인재풀과 협력 기회를 얻는다. 그 결과 청년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고 돌아와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변화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가 대학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대학이 살아남아야 지역이 산다. 지역민이 대학의 가치를 이해하고, 대학의 평생교육·창업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대학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나설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주민이 대학의 성장을 응원하는 관계가 될 때 비로소 통합과 혁신의 힘은 배가된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통합 과정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지역민–대학–지자체–산업계가 ‘우리는 한배를 탄 동반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역이 대학을 사랑할 때, 대학도 지역을 살릴 수 있다. 그 사랑이야말로 대학의 미래를 여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글/ 박창규 [전남도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