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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색 바탕에 붉은 빛 지었으니/어찌 널 보고 늙었다 하리오/꽃을 즐기고 열매는 먹을 수 있으니/가지보다 나은 것 또 무엇이 있으리/밭안이 푸르고 알알이 붉은데/날로 먹고삶아 먹고 여러모로 좋을시고” 고려 때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東國李相國集)」의 ‘가포육영(家圃六詠)’의 글이다.

가지의 원산지는 인도로 중국을 통하여 고려이전 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해온 채소이다.

가지 꿈은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고 정월에 꾸면 출세한다고 여겨 길몽의 징조로 여겼다.

보라빛 가지는 과채류중에서 칼로리가 가장 낮은 채소이나 고운 색깔 때문에 오랫동안 동서양의 식탁에서 애용되고 있다.

식품을 좋아하는데는 빛깔?향기?맛 등을 들 수 있는데, 음식의 빛깔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촉진한다. 그래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은가.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의 밭가지는 살이 많이 오르고 씨가 적어 아린 맛이 덜하다. 생가지를 그냥 먹으면 "입이 부르튼다"고 했는데 날 것으로 먹으면 입술이 잉크빛으로 물들고 혓바늘이 돋는다.

가지는 찬바람이 나면 씨가 없어지고 단맛이 생긴다. 속전에 “가을가지 며느리가 먹어서 해롭다”는 말이 있다. 속까지 잘 익은 가을 가지는 떫은맛이 없어서 날로 먹기 좋다. 밭나들이를 자주 하는 며느리가 가지를 따먹을 기회가 많으니 못 따먹게 하는 방편으로 지어 낸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방에서 가지는 찬 성질로 많이 먹으면 ‘아랫배를 훑는다’ 했다.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할 며느리가 가지를 많이 먹어 아이를 낳지 못할까 염려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가지는 냉증이 있는 사람, 임산부, 기침을 잘 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으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가지는 탱탱하고 꼭지부분의 가시가 날카로운 것, 색깔이 짙고 윤기가 있는 것이 싱싱하다.

가지는 찐 다음 바로 냉동실에 넣었다가 빼면 색깔이 예쁘다. 일단 썬 가지는 즉시 물에 담가두어야 색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떫은맛을 빼는 효과도 있다.

가지로는 전, 장아찌, 김치, 산적, 찜을 해먹고, 불에 바로 구운 가지와 들기름 양념장이 만나면 별미가 된다.

가지는 칼집을 넣고 죽죽 찢어 밥이 끓을 때쯤 밥 위에 얹어 찐 다음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맛있다. 어렸을 때 여름이면 큰 양푼에 밥을 푸고 가지나물과 열무김치,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면 어찌나 맛있던지 가족들의 수저질이 바빠지고 양푼밥은 어느새 바닥이 나곤 했었다.

일본 농림성식품연구소의 야채의 암 억제효과의 실험에는 가지, 시금치, 브로컬리를 이용했다. 브로컬리는 70%, 가지는 80% 이상의 암 억제율을 나타냈다. 또한 최근 일본 나고야대학의 연구에서 가지의 추출액이 8종류의 암세포증식을 억제함이 확인되었다. 발암억제효과는 가지 특유의 ‘알카로이드’라는 성분 때문으로 나트륨 배출을 촉진시켜 혈압을 낮추어 주기도 한다.

가지는 조직이 스펀지상태로 튀김이나 볶음요리에 이용하면 식물성 기름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E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E에는 항산화작용이 있어 가지의 성분과 함께 암발생 억제의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지의 암 예방 성분은 가열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 기호에 맞는 요리법으로 다양하게 가지를 먹자. 1일 70g.자그마한 것은 2개 정도면 충분하다.

식용 이외에도 쓸모가 많았다. 한 꽃에 두세 개 달리는 돌연변이 가지가 나면 벼 한 섬과 바꿀 만큼 소중하게 여겼다. 이 가지를 문기둥에 매어 놓고 드나들 때마다 보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의 예방치료를 믿었기 때문이다.

가지색은 안토치안계의 나스닌( 자주색)과 히하닌( 적갈색)이라는 것이 주성분이다. 가지의 빛깔을 그대로 살리려면 명반을 가지의 0.2～0.3% 물에 녹이거나 녹이슨 못을 이용하면 된다. 명반과 쇠를 가지 데치는 물에 섞으면 명반속에 들어있는 알루미늄과 철분이 안토치안과 결합해서 가지의 고운 빛깔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한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