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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국적 취득’ 인권문제
핍박 속 입국 후 2년 지나야 취득
2008년 11월 18일 00시 00분 입력
“한국에 정상적으로 체류할 수만 있다면 날마다 폭행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
결혼한 지 2년이 채 못 된 한 이주 여성 이모씨(28)씨의 말이다.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로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았다. 또 걸핏하면 내쫓는다고 협박했다. “집에서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 가출 신고 해버리겠다.” 하지만 그녀는 떠날 수 없다.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도 불구, 집을 나가거나 이혼을 할 경우 꼼짝없이 ‘불법 체류자’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모씨처럼 남편에게 폭행 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받는 이주여성에게 ‘국적 취득’은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족쇄다.
국적법상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주여성들은 국적취득 전까지 남편에게 종속되다시피 하는 것.
국적법에 따르면 이주 여성은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다 하더라도 거주비자로 체류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외국인 신분이다.
1년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데 비자 연장 시 신원보증은 남편이 하도록 돼 있다. 또 2년 후 취득할 수 있는 국적도 남편이 동행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떤 이유로라도 결혼사유가 해소되면 법적으로 불법체류자의 신세로 전락한다.
사실상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 한 이주 여성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눈밖에 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폭력과 학대,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사실상 인권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광주 이주여성센터 관계자는 “인신매매적 결혼은 곧 인권억압으로 이어진다”며 “여성은 구타와 외출 금지, 의처증으로 인한 학대, 노동활동 강요 등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난 2004년, 국적법은 2년 이상 거주하지 않더라도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 날 경우 국적 취득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말도 서툰 이주여성이 폭력, 폭행 등 남편의 잘못을 입증하는 서류를 구비한다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것.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혼서류를 구비해서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어떤 이유로든 이혼하고 국적을 취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법률지원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주여성센터 관계자는 “국적 취득을 통한 체류뿐 아니라 억울하게 내몰리는 여성들의 인권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체류와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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