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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석의 詩 한 마당- 할아버지와 개
2009년 09월 02일 00시 00분 입력
할아버지와 개 고운석
뼈다구하나 물고 가는 개
이 개 가는 길 막지마라
여위고 목 꿰매진 자리 만지지 마라
절뚝거린 하루에도 포기하지 않는
개 고물이 든 쓰레기통 핥는다
언젠가 거죽만 붙어있던 할아버지
위태로운 허기가 만져질 것이다
할아버지가 고물이 실린 수레를 끌고
어덕진 유촌리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고물 위로 흐르는 삶의 흔적
돌맹이 같은 주먹이 바퀴를 두드리는 아픔들
밀고 밀리면서 피의 숨소리 뚫으며
순교자처럼 할아버지는 나아가고 있었다
수레바퀴 바람 빠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괜찮아. 수레를 잡아라
오늘도 할아버지는 수레에 고물을 부어 담아
끌고 나아가고 있었다
눈에서 식식거린 개 가만히 내려놓은 당신
야윈 서러움에 쓰레기통 뒤져 먹이 꺼내준다
이제는 더 못 볼 듯 멀어져 가는 할아버지
당신의 다리사이 파고든 개
수레를 끈다 네 개의 다리에 고물을 달고...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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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