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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우리 것’을 말한다.
정영성의 사진전 ‘금호갤러리 2층'
2010년 11월 12일 00시 00분 입력
5월의 양파밭에서 정영성의 미적체험이 드러난다. 양파를 망에 담고 이를 경운기로 옮기는 장면은 대개 5월을 전후로 3~4주만 볼 수 있다. 양파의 수확기가 그때이기 때문인데, 지금처럼 경작지가 줄어가고 생산성과 효율로만 순위를 매기는 시대에는 언제 양파농사가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그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려 사진에 담아두면서 그의 파인더는 미적 쾌락에 젖는다. 원근감을 살려주기 위한 높은 앵글과 대상의 크기가 약간은 과장된 렌즈를 선택하여 이를 극대화한다.
천수답으로 이루어진 계단식 논배미는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내고 물을 가득 담은채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을 기다린다. 한쪽에는 숲이 우거져있고, 논두렁은 잡풀로 우거져있다.
작가의 유년시절에 이런 환경이 흔했을지라도 이제는 애써 찾아다녀야 할 만큼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 된지 오래다.
추억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을 앵글에 담으면서 작가는 빛을 보고 화면을 구성하고 선을 정리한다. 이또한 대상에 대한 미적체험이고 그체험이 즐거움으로 승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추밭 한가운데 쓰러져가는 오두막 한켠에 무심하게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그 뒤로는 작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전봇대 하나도 없고 길조차 변변치 않다. 하기는 그래서 이런 풍경이 고스란히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작가에게 이 풍경은 신산(辛酸)한 삶과 고독한 미적 체험과 영감을 주었으리라. 그리하여 개념적 판단이나 지각과는 다를지라도 대상의 이미지는 고즈녁하고 유장한 감정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정영성의 사진에서는 사라져가는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시골 어느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잡풀우거진 작은 오솔길이 그렇고, 안개 자욱한 산등성이 너머 가냘프게 솟은 소나무 세그루가 그렇고, 아스라이 굽이쳐 돌아가는 강물위로 드리운 찬란한 햇살이 그러하다. 이 결과로 보아 정영성의 사진은 본질적으로 예술작품을 지향하는 다큐멘타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사물을 통해 미적 체험을 하고 그 과정을 시각화하며 쾌락에 도달한다. 이는 사진의 프레임 안으로 대상의 사유에 대한 체험을 고정하면서 대상이 가지는 주관성으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일에 다름아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분석하고 사유함의 결과물이다.
이를 유추해 보건대 미적 체험과 기록에 대한 의지가 동시에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리하여 마침내는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사라질 것, 사라져가고 있는 것의 기록에 대한 작가의 의지다.
사진은 그것이 처음에는 단지 기록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며 차츰 역사가 되어간다. 그걸 파악하고 깨닫고 있다면, 예술작품처럼 만들려 해도 결국에는 다큐멘타리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미적체험의 본질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미적 체험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소명감에서 비롯된 예술행위의 결과물인 것이다.
/작가 정영성 현재함평군청근무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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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